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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사랑고시텔)-고시원 운영기

13화-무너지지 말자

206호의 퇴실


결국 예상 했던 바 206호는 아내와 합의를 하고 방을 빼기로 했다. 합의 내용은 다시는 게임을 하지 않고 열심히 가정에 충실 하겠다는 뭐 그런 내용일 것이다. 안 봐도 비디오라는...

먼저 연락이 온건 206호의 아내이다.

206호 부인-여보세요. 죄송하게 되었어요. 남편하고 이야기 충분히 했구요. 짐은 내일 오후 중으로 완전히 뺄게요.

나-네. 그렇군요. 오후에는 제가 없어요. 없더라도 전화 한통화 해 주시고 짐 옮기시면 되요.

206호 부인-네 짐 빼로 갔을 때 전화 드릴께요. 정말 죄송합니다.방은 최대한 깨끗이 치워 놓을게요.

나-아 네. 감사합니다(사실 빈방 청소가 고시원 업무중에 가장 힘을 많이 쏟아 부어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그나마 다행이라고 여기며)

학원이 끝날 때 쯤  201호로 인하여 입실자들이 불편을 격었던 사항들을 조사 하기위해 단체 문자을 보내려고 생각을 정리 해보았다. 201호와 친한 208호,213호를 제외하고 나머지 입실자들에게만 보내야 한다. 괜히 전체 보냈다가 그들과 작당모의를 하면 더 큰 일이 발생 할거 같아서 조심 할 수 밖에 없다.

문자를 보내고 10분도 안되어서 답장이 왔다. 205호에 거주 중인 지방에서 올라온 남자 대학생이다. 답장 내용은 201호 때문에 방을 뺄까하는 생각을 여러번 했다고 한다. 하지만 비교적 저렴하고 교통이 좋은 이곳이 일 하기가 편해 선뜻 옮기지 못했다고 한다. 사사건건 참견하고,큰소리로 화내고 등등..며칠전 저녁 9시 쯤 일 끝내고 들어와 친구와 전화통화를 정말 조심스럽게 하고 있는데 갑자기 문을 두드리고 욕을 하며 전화를 빨리 끊어라고 화를 냈던 적이 있다고 한다. 물론 자신이 큰소리로 전화를 했다면 문제가 될수도 있지만 최대한 조용히 한다고 했는데 그 소리마저도 201호 아저씨 귀에 거슬렸던거 같았다. 라고 한다.

대부분의 고시원은 방음이 취약점이다. 물론 여기 고시원도 예외 일 수는 없었다. 요즘 고시원 들이야 어느정도 방음을 한다고는 하지만 예전 고시원은 바로 옆방에서 나는 이불 덮는 소리,방귀 뀌는 소리,과자 먹는 소리 등등 아주 작은 소리 까지 들릴 정도 라니 어느 정돈지 감은 올것이다.

그래서 내가 생각 해낸 소음에 관한 해결책은 우리나라에 없는것이 없다는 "다 ㅇ ㅇ"라는 매장에서 파는 귓구멍에 끼는 소음 차단제가 있다. 그걸 몇개 사놓았다가 시끄럽다고 하는 민원인들에게 나눠주곤 했다. 사용 후기는 완전히는 아니지만 어느정도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내가 직접 껴보고 실험을 하니 상당히 조용해 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201호에게 하나 선물을 해 줄 생각이었다.

그 외 몇개의 문자가 왔는데 그 내용들에 대해서는 차츰 하나씩 밝히고 지금은 205호 대학생을 설득해서 여기서 생활하는 동안 다시는 그런 일이 재차 발생하지 않게 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연신 고맙다는 말을 하는 학생이 내 조카 같고 애처롭기도 해서 입실료를 깍아 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당장 내가 너무 어려우니 그럴수는 없었다.

다음날 아침 고시원 출근을 하니 201호 문앞에 슬리퍼가 없다. 들뜬 마음으로 귓구멍 마개를 선물 하려고 왔는데 일을 하러 나갔는지 잠시 외출을 했는지 안에는 없는거 같다. 선물은 나중에 주기로 하고 일상적인 고시원 업무를 시작했고 일들이 끝날때 쯤 현재 입실자들 입실료 날자를 확인해 보았더니 소머리국밥집을 운영 하시는 사장님  내외분이 거주중인 209호(2인실) 입실료가 이틀이나 지났다. 미리미리 확인해서 문자를 줬어야 하는데...내 잘못이다. 민원에 관한 문자만 보냈지 입실료에 관한 문자를 보내지 않았으니..유일하게 2인실인 209호실은 입실료도 꽤 풍족하게 나오는 편이라 거기서 입실료가 안나오면 내 입장에서는 정말 큰 타격이다. 

209호에게 입실료 관련 문자를 보냈더니 바로 전화가 온다.(민원을 받으려고 몇번 문자를 보냈지만 한번도 답장이나 전화를 해주지 않던 분들이 입실료관한 문자는 번개 같이 연락이 온다.) 

209호-여보세요. 그렇잖아도 전화 드릴려고 했는데.......요즘 워낙 장사가 안되어서 일주일만 기다려 주세요. 우리집 아저씨는 장사가 안되서 임대료라도 벌려고 공사판에 나가고 있어요.

나-(생각해보니 저녁에 가끔 보았던 아저씨를 요즘에 한번도 보질 못한거 같다.) 아 그러시군요. 장사가 잘 되어야 할텐데..큰일이네요. 일단 최최대한 빨리 입금해 주시길 부탁드릴께요. 저도 좀 많이 어려워서요.

209호-그럼요. 돈 마련 되면 바로 입금해드릴께요. 죄송합니다.

나-네. 부탁드릴께요.

206호도 나가게 되고 209호도 입실료를 미룬다 하니 걱정이 아닐 수 없다. 201호도 내보 낼 계획을 갖고 있는데 내가 너무 배부른 계획을 갖고있나? 잠깐 마음에 동요가 일었지만 바로 정신 차리고 201호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사업을 이끌어나가는데 매우 중요한 문제 이기때문에 아무리 힘들어도 201호는 반드시 내보내자라고 다시 한번 주먹을 불끈 쥐었다.

14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