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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사랑고시텔)-고시원 운영기

15화-세상은 열심히 사는 자 들의 것?

입실료를 받기위해 209호 소머리 국밥집 아주머니에게 전화를 했지만 아주머니의 딸이 전화를 받으며 펑펑 운다.


나-여보세요 진정하시고 말씀해 보세요. 어머니는 어디 계시죠?

209호 딸-어제 엄마가 식당 주방에서 음식하던 중 쓰러져 병원으로 옮기셨는데...흐흐흐 돌아가셨어요. 지금 장례식을 치루고 있고 내일 발인 이에요. 죄송해요. 흐흐어 억억 앙

나-(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다.어찌 되었건 우리 고시원 입실자이고 한 두번 얼굴을 본것도 아닌데 죽은 사람에게 입실료를 달라고 하는것도 인간의 도리가 아니라 생각하고) 아....그렇군요(말문이 막힌다.뭐라 이야기를 해야 할지..) 거기 장례식장이 어디인가요? 저도 고인의 명복을 빌고 싶습니다.(내일이 발인이라니 시간은 오늘 저녁 밖에 없어 찾아가려고 마음을 먹었다.)

209호 딸-흐 흐 흐 고마워요. 하지만 안오셔도 되요. 최소한의 가족장으로만 끝낼거라서요. 정말 감사합니다.

나-(정말 찾아가서 고인의 영면을 위하여 기도 드리고 싶었는데..무작정 가는것도 이상할거 같아서)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209호 짐들은 어떻게 할까요?

209호 딸-장례일정이 끝나면 며칠 이내로 전화드리고 짐들을 처리 할게요. 짐을 찾아가는 그날 까지 계산해서 밀린 방세도 지불하구요. 죄송합니다.

나-네. 알겠습니다. 장례 잘 치루시고 연락주세요.(209호가 지금까지 밀린 방세가 총 60만원 가량 된다. 거기다가 영업하는 209호실을 못쓰고 저리 방치 한다는 것은 나에게 있어 큰 손실이다. 당장 방을 치우고 새로운 손님을 받고 싶지만 그건 아닌거 같다. 그렇다고 악착같이 날 수에 맞춰 입실료를 받아낸다는 게 내가 너무 못 된거 같아서 양심적으로도 허락되지 않는 상황이다.)

209호 딸-원장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꼭 연락드릴께요. 흐 흐 억 억...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다. 얼마나 장사가 안되고 힘들었으면..그리 되셨을까? 한참을 더 사회 생활 하실 연세이신데..참 안되었다는 생각이 내 가슴을 억누르고 있다. 크리스쳔인 나는 209호 아주머니를 위해 하나님께 기도를 드렸다. 성경에는 인간들은 어느 누구하나 고생을 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심지어는 인간은 고생을 하기 위해 세상에 나왔다는 말씀이 기록되어 있다. 이런 힘든 과정을 지나쳐야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지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지금도 고시원 안은 많은 문제들로 산적해 있다. 첫번째는 빈방들이 늘어만 가고,두번째는 201호가 버티고 있는 이상 나의 스트레스 지수는 높아져 갈것이고 세번째는 아직도 수리 할 곳이 많은 고시원 내부 여기저기를 고치기 위해서는 많은 비용이 추가 발생 할 것이다. 학원이라도 잘 되면 어느정도 마음을 비워 놓고 할 텐데.....이겨나가야 한다.

며칠후

감사하게도 빈방이 두개나 채워 졌다. 이 근처에 직장이 생겨 지방에서 올라오신 분이고(206호) 한명은 경찰 공무원 준비를 하는 취준생이다(207호) 교통이 좋고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상당히 만족해 하며 입실을 했다. 나는 여기서 지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는 약속을 했다. 

출근을 하여 고시원 구석구석을 살피며 문제 있는 곳은 없나? 바퀴벌레가 좋아 할 만한 곳은 없나? 순찰을 돌고 청소를 시작 했다. 그 때 고시원 전용 전화가 울린다. 청소를 하고 있던 중은 손에 고무 장갑을 끼고 있는 상황이라 전화 받기가 힘들다.손에 낀 장갑을 얼릉 벗끼며 재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전화기를 두 개를 가자고 다녔는데 하나는 고시원 전화 하나는 학원 전화이다. 한개로 사용하면 학원 상담과 고시원 상담이 중복되어 차질이 많으므로 애초에 분리하여 전화를 받았다. 주로 오전에 걸려오는 학원 전화는 스펨이 많고 고시원 전화는 상담 전화가 많다.

나-여보세요. 사랑고시텔입니다(최대한 상냥하게)

전화기 남성-여보세요. 사랑 고시텔이죠?

나- 네 맞습니다.(전화기 남성의 목소리는 상당히 과묵하고 침착하게 들린다.)

전화기 남성-뭐 하나 물어보려고 하는 데요.

나-네 말씀 해 보세요.

전화기 남성-209호실에 최 ㅇ ㅇ씨 거주 하셨죠? 지금도 짐들이 있나요? 딸이란 사람이 거기 들린다고 하던데...

나-네 209호실 최 ㅇ ㅇ씨는 며칠전 돌아가셨어요. 그리고 따님이 며칠내로 짐을 빼로 온다고 통화 했구요. 근데 누구시죠?

전화기 남성-사장님 그거 다 거짓말이에요. 최 ㅇ ㅇ씨 안죽었구요. 그 딸도 가짜 딸이에요.

나-네?(순간 내가 속았다. 바보같이 내가 속았다. 속았다. 속았어. 정말 내 자신이 바보 같았다. 그래도 다시 한번 확인을 해보아야 하니) 근데 누구신데 그렇게 말씀 하시나요? 분명 나에게는 식당에서 쓰러져 돌아가셨다고 했는데..

전화기 남성-저는 일수 하는 사람이에요. 사장님은 얼마를 사기 맞았는지 모르지만 저희는 지금 피해가 커요.국밥집은 상중이라고 붙여 놓았고 이미 가게 뺀지는 오래 되었어요. 제가 사람들 붙여서 좀 알아봤는데 최 ㅇ ㅇ씨가 아마 고시원으로 자기 물건 가지로 갈 수도 있어요.사장님도 협조를 좀 해주셔야 해요. 피해 회복을 위해선..

나-저는 오전에만 잠깐있고 오후에는 없어요. 하루 종일 지키고 있질 못한데 어쩌죠?

전화기 남성-우리가 근처에서 잠복하고 있어요.

나-(경찰도 아닌데 잠복을 할정도면 얼마나 피해를 당했길래....또 209호 아주머니는 뭘 놓고 갔길래 위험을 무릎쓰고 다시 고시원에 온다는 말인가? 이 때 영화의 한 대목인 유승범의 대사가 불연 듯 떠오른다. 다들  참 열심히 산다.)그렇군요. 저도 실시간으로 씨씨티비 모니터링을 하고 있으니 기미가 보이면 연락 드릴께요.

전화기 남성-네 협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6화-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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