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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사랑고시텔)-고시원 운영기

제2화 고시원 운영 첫날

먼저 입실자들을 파악해야 한다. 어떤 성격을 가졌는지? 이곳에서 거주한 시기는 얼마나 되는지? 음주나 폭력, 폭언, 절도를 일삼는 사람은 없는지? 제일 중요한 입실료는 잘 내는지??

직접 운영했던 실제 고시원 사진

전 원장은 201호 아저씨만 언급을 한 적이 있다. 이삿짐 센터에서 일하시는 분인데.. 입실료는 잘 내는데... 거짓말을 잘하고, 겉과 속이 다르고, 남을 잘 헐뜯고, 가끔씩 폭언을 한다고 한다.

202호는 빈방이고

203호는 택시기사가 며칠 전에 입실하였다고 한다. 아주 조용한 성격으로 별 문제는 없을 거라 예상했다.

204호는 공사현장을 다니는 청년으로 술은 많이 먹지만 내성적으로 조용한 성격이다.

205호는 지방에서 올라온 남자 대학생이다. 학비를 벌려고 잠시 서울에 올라와 거주 중이었다.

206호는 회사원 같기도 하고 직업이 없는 사람 같기도 하고 뭐하는 사람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상당히 깔끔한 옷차림에 호리호리한 외모를 갖고 있었다.

207호는 고시원 근처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거주중이다.

208호는 연세가 좀 있고 공사현장에서 일을 하시는 분이다. 다만 한달에 반 이상을 쉰다고 한다.

209호는 2인실로 좀 넓은 편이다.이곳에서 유일하게  개별 난방이 되고 더블침대가 있는 곳이다. 근처에서 소머리국밥집을 운영하시는 사장님 부부가 거주 중이다. 이분들은 집이 경기 광주인데 출퇴근이 너무 힘들어 근처에 방을 얻었다고 한다.

210호는 흡연실 바로 옆이고 담배연기가 상당히 많이 들어가는 방이다. 당시 빈방이었다.

211호는 조용한 창가쪽으로 방이 상당히 넓다. 직장다니는 젊은 아가씨가 거주중이었다.

212호는 홍콩에서 사업하다 잘못 되어 세관에 쫓기는 신세라고 한다. 1인실이지만 추가요금을 더 내면 2인이 지낼 수 있어 부부가 지내는 곳이다. 

213호는 등치가 큰 중년의 아저씨가 거주중이었다. 흔한 말로 조폭 느낌이 나는 그런 사람이었다. 외출시 앞날이 뾰족한 구두와 햇빛을 보면 썬글라스로 변하는 안경을 쓰고 다닌다.

214호는 장사를 하는 사람인데 정확히 무슨 장사인지는 잘모르지만 앞에 전대를 차고 다니며 수금을 다닌다고 한다.

215호 부터는 미니룸이라고 해서 샤워시설이 없이 복도쪽으로 창이 나있는 내창 방이고 책상과, 미니 냉장고, 미니 장 ,티비,침대가 있는 방으로 비교적 저렴하게 지낼 수 있는 방이다. 당시 삼전동은 지하철 9호선 공사가 한창이었고 그 곳에서 일하는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15,16,17,18호실에 거주 중이었다. 인종차별 이런걸 떠나서 진심만을 이야기하자면 그들이 거주하는 호실 복도 쪽에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악취가 심하게 나고 있었다. 특히 중국음식을 좋아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중국음식을 하루에 한번씩 배달을 시키고 일부 남겨서 아무데나 버리고 또는 방안에 보관하는 모양이다.  문화 충격은 고시원 내부에서는 팬티만 입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종종 목격하고 실내화는 외출시에도 신고 내부에서도 신는 만능화로 쓰인다. 

샤워시설이 없는 창가쪽 미니룸

219호 220호는 총각내 과일가게에서 일하는 젊은 형제가 각각 지내고 있었다. 이들은 친형제로 고시원 근처 시장 과일가게에서 일한다고 한다. 새벽에 일어나 저녁 늦게 퇴근하는 아주 부지런한 요즘 보기드문 젊은이 들이었다. 

221호는 기초수급자로서 아무일도 하지 않은 할머니가 거주 중이시다. 우리나라가 참 좋은 나라라는 것은 이런 분들이 국가가 주는 혜택으로 전혀 문제 없이 살아 갈 수 있다는 것에 느낄 수 있다. 

222호는 빈방이었다.

223호실은 사무실이다. 처음 인수 받을때 사무실은 바깥 계단 엘리베이터 옆 공간에 작은 가건물을 만들어 사무실로 쓰고 있었다. 물론 불법이었다. 원래 사무실인 223호실 까지 손님을 받기 위해 일반 호실로 꾸며 놓았지만 필자는 불법이 싫어서 가건물을 헐고 다시 223호실을 사무실로 복원 하였다.  

이제 이사람들과 잘 지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항상 밝은 표정으로 민원을 즉각 해결해 주고 내부 시스템 문제 발생시 빠른 시일내 처리해 줘야 한다. 물론 호실별로 글을 적어 놓아서 대충 알겠지만 악취에 대한 민원이 대부분이고 간혹 큰소리로 티비를 본다거나 전화를 받는 민원도 자주 들어오는 편이다. 

3화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