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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사랑고시텔)-고시원 운영기

제3화 입실자들을 만나다.

운영 2일차....

과일가게 형제 입실료 납부 날자가 오늘이다. 새벽에 출근하는 사람들이라 내가 고시원 출근 했을 때는 그들은 일터에서 일을 하고 있을 시간이었다. 지금 전화를 할까 생각을 해 보았지만 한창 일을 하고 있는 형제에게 해가 될 까봐 오후에 하기로 하였다. 아침부터 전화 해서 돈달라는 것은 어느 누구도 썩 기분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

출근을 했으니 청소를 시작 해야 했다. 고시원 일 중에서 제일 많은 부분을 차지 하고 있는 것은 청소이다. 뭐 대부분 청소가 주 업무일 수도 있다. 제일 급한 주방 부터 달려갔다. 주방 한쪽에 사이좋게 놓여 있는 음식물 쓰레기통과 일반 쓰레기통에서 악취가 올라오고 있었다. 쓰레기통을 보니 캄보디아 노동자들이 중국 음식을 시켜먹고 음식이 남은 상태에 용기들을 쓰레기통에 마구 꾸겨 넣은 모양이다. 음식물 쓰레기 통에서는 음식물들이 바닦까지 넘쳐 흐르고 있었다. 이 사람들이 있을 동안에는 이런 일들이 계속 반복 될텐데....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다. 어쨌든 서둘러 음식물과 재활용 분리를 하고 깨끗하게 치웠다.씽크대도 한동안 닦지 않았는지 검은 곰팡이와 누런때들이 가득했다.  아마도 깨끗이 닦아 놓으면 미안해서라도 쓰는데 조심하겠지...하는 마음에서 사무실에 있는 약품들을 가져와 광이 번쩍번쩍 나게 청소를 해 놓았다. 총무가 없는 고시원이니 밥통에 밥이 떨어지면 직접 밥도 지어 놓아야 했고 냉장고에 김치가 어느정도 있는지 잘 파악해 둬야 한다. 그 뒤로 화장실,복도,흡연실등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놓으니 그래도 전 보다는 훨씬 상쾌해진 느낌이다. 제일 큰 문제는 여전히 악취 제거....제일 먼저 해결해야 할 숙제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실제 고시원 주방사진

청소를 끝내고 서둘러 학원에 출근을 하였고 학원이 끝날때 쯤 과일가게 형제에게 전화를 해 보았다. 한참 만에 전화를 받은 형제중 형....

나-여보세요..그러니까 오늘이 입실료를 내야 하는 날인데 고시원장이 바꼈으니 이 계좌로 입실료 납부 부탁합니다.

형제중 형-아 그렇잖아도 말씀 드리려고 했는데...저희 오늘 퇴근하고 퇴실해요. 방은 깨끗이 치워놓고 나갈게요.

나-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이러다 다 나가면 어쩌나? 순간 오만가지 생각이 다들었다. 마음을 가라 앉히고...아 그러세요? 왜 나가시는 건가요? 혹시 생활하시는데 어디가 많이 불편해서 그런 건가요?

형제중형-아 그런건 아니구요. 저희가 근처에 원룸을 얻었어요. 고시원비가 만만치 않아서요.

나-그러셨군요. 잘 되셨네요..허허허.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었다.)

 

빈방이 순식간에 두개나 늘었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채워 놓면 되지....생각하며 화이팅 하였다. 시작하자마자 빈방이 늘어나니 기운이 빠지는건 사실이다.

학원에서 퇴근을 하고 다시 고시원으로 발걸음을 향했다. 고시원 운영 초창기는 하루에 두번씩 출근을 하였다. 고시원에 도착 하니 주방에서는 212호 부부가 음식을 하고 있었다. 인사를 하고 새로바뀐 고시원장이라고 소개를 하니 부부는 환하게 반겨 주었다.

또 변함없이 우리 외국인들은 중국음식을 시킨모양이다. 짜장면 냄새와 해물냄새가 가득했다. 차라리 이렇게 맛있는 냄새가 계속난다면......하지만 이냄새는 얼마 지나면 악취로 변할 것이다. 이렇다고 지금은 사업 초창기 빈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에게 함부로 대하는건 금물이다. 참아야 했다.

간단히 내부 청소를 끝내고 막 223호실 사무실로 들어가려는데....

까칠하다던 201호 아저씨가 나를 보고 큰소리로 대뜸...누구야? 그런다...